영남대학교 기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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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 “교량 안전, 별도 기구 만들어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N

No.5996809
  • 작성자 이재훈
  • 등록일 : 2023.05.03 13:12
  • 조회수 : 582
[인터뷰] 이재훈 영남대 교수(한국 교량 및 구조공학회장)

“원인규명 위해 현장보존 필요, 새로 짓는 것 능사 아냐”
국내, 안전문제 점수로 평가하고 전관예우도 문제 지적
정부 대규모 안전진단 조치, 전문인력‧시간 부족 우려
정부 기관 대신 독립단체인 학회에 조사 맡기는 방법도 제시


[대한경제=박병탁 기자] “교량 안전과 유지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냉정하게 원인을 규명한 후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회장인 이재훈 영남대 교수(건설시스템공학과)는 1일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안전점검을 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수고 새로 짓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른 채 또 사고가 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5일 경기 성남시 정자교를 비롯해 야탑10교(2018), 올림픽 청룡교(2010) 등 잇따른 교량 붕괴사고에도 대책은 그때마다 땜질식이란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진국처럼 사고조사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전문가를 투입해 조사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2007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I-35W 교량 붕괴사고는 사고조사에 15개월이 소요됐지만, 2017년 8월 평택 국제 대교 붕괴사고 조사는 5개월여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사고 후 철거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관리 주체는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불안감 해소를 위해 철거를 우선시하지만 이래선 안 된다”며 “원인규명을 위해 현장을 보존한 후 이음부와 철근 부식으로 인한 피복 콘크리트 정도 등을 조사해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사의 전문성도 거론했다. 정자교 붕괴 후 정부는 지난달 17일부터 6월16일까지 교량ㆍ터널을 포함한 전국 2만5000여곳의 노후 및 고위험 시설에 대해 집중 안전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전국 지자체가 교량을 점검한다는데 이렇게 동시에 점검하기에는 국내 전문가들의 맨파워(숙련된 인력)와 맨아워(노동수용력)가 부족하다. 사실상 인턴한테 일을 맡기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자교 사고조사만 해도 국토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이 조사를 진행하는데, 미국은 이렇지 않다. 우리 국토부 격인 연방교통부에 속하지 않은 별도 조직인 국가운송안전위원회를 꾸려 조사한다”며, “별도의 독립된 기구가 조사 주체가 되어야 한다. 행정적 조직을 신설하는데 비용이 수반된다면, 학회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안전관리 업체 선정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지진이 많은 캘리포니아에서는 내진보강을 아무에게 맡기지 않는다. 발주처에서 전문업체 몇 곳을 불러 공무원과 협의 후 선정하는 소위 수의계약으로 진행된다. 진짜 전문가를 찾아 맡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설계ㆍ시공ㆍ가격 등을 통한 점수제인데 안전문제를 점수로 평가하는 것이 맞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며 “진단회사에는 전직공무원 출신들이 포진해 있어 전관예우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교수는 정자교 붕괴 원인으로는 철근의 겹침이음이 하중을 많이 받는 도로부와 보도부 사이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그는 “정자교 도면을 입수해서 봤더니 보도부와 차도부 사이에 철근 이음(정착)이 집중돼 있었다. 시공을 간편하게 하려고 차도 부분까지 철근을 배치하고 보도부 캔틸레버는 추가로 연결하는 방식을 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훈 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 사진 : 이재훈 교수 제공


◇이재훈 교수는

서울대 공과대학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공학박사 과정을 밟았다. 삼성건설과 한국지진공학회 토목내진설계위원장, 대한토목학회 콘크리트구조 위원장, 국가건설기준센터 건설기준위원회 콘크리트기준위원장, 제16대 한국콘크리트학회장 등을 거쳐 제12대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박병탁 기자 p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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